세브란스 재활병원 재활치료실
세브란스 재활병원 재활치료실

세브란스 재활병원의 재활로봇은 치료사 못지 않게 바쁘게 움직였다. 매 시간마다 쉬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했고 환자들은 재활로봇이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듯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이곳에는 핸드오브호프(Hand of Hope), 스마트글러브(Raphael), 네오마노(Neomano), 아메오 파워(Armeo Power)등 여러 종류의 상지재활로봇들을 갖추고 있다.

김대현 연세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최근 외래 진료를 볼 때 환자 또는 보호자가 로봇치료 가능여부를 묻고 상담하는 경우가 늘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60-70%가 최소한 한 종류 이상의 상지재활로봇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지재활로봇이 발전하면서 의료진들도 '맞춤형 재활로봇' 처방이 가능해졌다. 오윤정 기자​
상지재활로봇이 발전하면서 의료진들도 '맞춤형 재활로봇' 처방이 가능해졌다. 오윤정 기자​

초창기 재활로봇이 개발돼 도입되었을 때와는 격이 달라졌다. 다양한 상지재활로봇을 도입한 이후 의료진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선택 결정 옵션이 늘어났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로봇을 찾는 것도 중요해졌다.

네오마노는 엄지를 포함한 세 손가락에 장갑을 착용한 뒤 연결되어 있는 리모컨을 사용하면 쥐기 및 펴기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척수손상환자, 루게릭병, 다발성경화증 등 중추신경장애 환자 중 팔과 손목의 힘은 남아 있지만 손이 마비되어 손가락을 이용한 일상생활활동에 필요한 움직임을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할 때 이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분리해 움직이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거나 손 글씨를 쓰려고 할 때 네오마노(웨어러블 재활로봇 장갑)를 착용하면 원하는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상지재활로봇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로봇을 착용한 상태에서 훈련 및 치료를 하고 호전이 되었을 때 로봇을 착용하지 않고도 실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네오마노는 로봇을 착용한 상태에서 로봇의 보조를 받아 손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치료를 할 때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자택에 복귀해서도 로봇을 착용한 채 평소 일상생활에 도움을 꾸준히 받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세브란스 재활병원에서 네오마노를 적용한 건수는 694건으로,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훈련 및 로봇 없이는 동작을 수행할 수 없는 환자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됐다.

남진선 작업치료사는 "네오마노는 임상에서 근 긴장평가를 위해 사용되는 Modified Ashworth Scale(수정된 애쉬워스 평가;MAS)를 기준으로 1과 1+점의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되고 있다"며 "경직이 심해 움직임을 수행할 수 없는 환자보다 '근 긴장과 이완을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는 환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근긴장도척도, 박지환외 신경계질환별 물리치료.  현문사. 2011
출처:근긴장도척도, 박지환외 신경계질환별 물리치료. 현문사. 2011

세브란스병원에서 이 기기는 외래 환자의 경우 컵을 잡고 물 마시기, 타이핑 치기, 연필이나 숟가락 쥐고 유지 등 일상생활동작 용도로 주로 사용되지만 입원환자는 일상생활동작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단계에서 환자의 기능에 따라 페그보드나 연필, 숟가락과 같은 다양한 도구와 결합해 훈련하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에는 급성기 환자들이 많아 어깨-팔-손목 경직으로 상지 관절 움직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경우 손을 온전히 쓰더라도 물건을 집고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수부의 경직 뿐 아니라 어깨-팔-손목의 경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메오 파워(Armeo Power)는 신경계 장애 환자들의 초기 재활에 주로 쓰이는 로봇으로 3D형태로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쥐기와 펴기 기능까지 가능) 관절을 수동적 혹은 능동-보조, 능동적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즉, 로봇이 환자의 팔 무게를 지지하는 값(%)과 게임의 진행을 보조해주는 값 ▲고강도(시작동작부터 로봇의 전적인 도움)->▲중강도(게임시작 몇초후부터 돕기 시작해 움직임을 시작하는 기회를 환자에게 제공)->▲저강도(환자가 동작을 시작하고 게임을 진행하면 로봇이 도움)->▲없음(로봇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의 단계별 설정이 가능하다.

네오마노
네오마노

남진선 작업치료사는 “임상적으로 MMT근력평가 척도에서 0-2점까지의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되며 시간이 지나도 2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어깨 팔 손목 관절을 필요한 관절에 따라 선택 집중하여 치료하기도 하며 다른 경우에는 다양한 관절을 한꺼번에 적용해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1차원, 2차원, 3차원을 선택 적용하거나 동시에 조절해 일상생활에 가장 가까운 3D 공간에서 관절의 움직임을 반복해 재활할 수 있다.

남 치료사는 또 “치료 프로그램(지구력 훈련 포함)은 장보기, 식물 물 주기와 같이 다양한데 이는 환자들이 흥미를 느끼며 재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외에도 환자의 움직임 영역, 게임 난이도, 시각적 난이도 등 설정할 수 있는 옵션 항목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적 특징을 가진 환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대현 교수
김대현 교수

인터뷰/김대현 연세의대 교수

-병원에 재활로봇이 도입된 후 체감하시는 가장 큰 효과는 무엇인가.

▲재활의학 분야에서 로봇을 적용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반복적인 훈련을 고강도로 지속적으로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추신경의 손상 후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는 몇가지 기전이 있는데 그중 뇌신경의 가소성에 의한 신경학적 회복 기전이 있다. 이러한 기전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당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환자의 기능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시간 고강도, 고반복에도 일관성있는 치료가 가능해야 하는데  로봇을 이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상지재활로봇 중 가장 비용 효과적으로 생각하는 로봇은.

▲상지재활로봇이 각기 다른 특징이 있고 훌륭한 로봇이 많다. 아무래도 가장 폭넓고 다양한 환자에게 치료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아메오’를 선택할 것 같다.

-대학병원 특성상 급성기 환자들이 많은데 재활로봇을 적용할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뇌졸중 후 1-2주 사이가 되면 그 시기 때 초급성기(Hyperacute)상태가 된다. 그래서 환자들의 상태가 불안정적으로 호전되었다가 악화되기를 반복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제 특정 동작이 가능했는데 오늘은 그 동작을 수행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원인이 치료가 힘들어서인지, 뇌졸중 발병으로 인해 힘든 것인지, 어제 무리해서인지 또는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나빠진 것인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우려되고 문제되는 부분인 경우가 많다.

-재활로봇으로 치료하는 병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있다면.

▲다양한 형태의 재활로봇이 개발되고 실제 임상환경에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 각 로봇의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초창기에 로봇이 재활치료에 적용되었을 때는 재활로봇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까? 어떤 임상적 특징을 보이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일까? 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하였다면, 현재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개발되고 상용화가 되는데 각각 다른 타입의 로봇은 어떤 대상자, 그리고 어떤 시기에 가장 효과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로봇별로 대략적인 적응증은 있으나, 효과적인 경우와 시기, 상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임상적 경험이 필요하다.

단순히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구비하고 필요한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각각의 로봇이 최적의 치료효과를 내기 위한 적응증을 구체화하고 최적의 치료효과를 위한 새로운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대현 교수는 재활에 있어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은 “재활로봇의 수단이나 도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점점 다양해지고 섬세해지는 재활로봇의 진화에 발맞춰 의료계도 최적의 치료 효과를 내기 위한 적응증을 구체화하는 등 추가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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