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모닝워크로 보행훈련을 하며 화면상의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보행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환자가 모닝워크로 보행훈련을 하며 화면상의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보행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보행재활로봇에 대한 정부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적용되었다. 적용 대상은 발병 후 6개월 이내의 뇌졸중 환자(FAC 2등급 이하)이며 로봇정형운동장치 3등급인 보행로봇에 한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세브란스 병원 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로봇으로는 에리고, 로코맷, 모닝워크가 있고 에리고는 약 37%, 로코맷의 경우 전체 중 약 40%, 모닝워크는 약 43%를 건강보험 적용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 보행로봇을 이용하는 환자 수에 비해 건강 보험을 적용받는 환자들은 전체의 30-40%에 불과하다고 한다.

처음 로봇이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도입되었을 때와 비교하면 환자들의 반응도 많이 변했다.

이에 세브란스병원 정진웅 물리치료사는 “처음에 재활병원에 로봇이 들어온 것은 10년 전인데 그 때만 해도 로코맷 한 대 뿐이었다. 처음 환자들의 반응은 두려움과 신기함이였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로봇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환자들이 로봇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 후 재활병원 내 로봇재활센터가 따로 마련되었는데 그 때부터 로봇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이유는 계속 반복적으로 같은 동작을 수행할 수 있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봇 치료를 3-4번 진행 후 침상에서 휠체어 또는 휠체어에서 변기 이동이 가능해진 환자들이 나타나면서 보행로봇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로봇재활치료센터를 개소한 세브란스 병원에는 에리고 프로, 로코맷 V5, 로코맷 V6, 모닝워크, 안다고, 엑소워크, 엔젤렉스 총 7개의 보행 로봇들이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보행 재활 단계를 3,4단계로 나누지만 세브란스 병원은 로봇 종류가 많아 크게 에리고 프로(1단계), 로코맷 V6(2단계), 모닝워크(3단계), 안다고(4단계), 엔젤렉스(5단계) 순으로 재활 단계를 총 5단계로 나눈다. 치료 전 환자의 기능과 상태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가장 적합한 보행로봇이 적용된다. 그 가운데 환자의 기능적 보행을 평가하기 위해서 주로 Functional Ambulation Categories (FAC) 평가 지수가 쓰인다.

기능적 보행지수 단계(FAC)
기능적 보행지수 단계(FAC)

FAC의 표에 따르면, 보통 FAC 0-2점 사이의 환자들에게는 에리고 프로, FAC 1-3점의 경우 로코맷, FAC 3점 이상은 모닝워크이 적용된다. 또한 이전 트레드밀 상에서 이루어지는 보행훈련과 달리 지상에서 보행 훈련하는 안다고도 FAC 3점 이상의 환자들에게 적용된다. 이후 FAC 3-4점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평지를 넘어 경사나 계단에서도 훈련이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렉스를 적용할 수 있고 편마비 환자 전용 하지재활로봇인 엑소워크는 FAC 4점에 해당하는 환자에게 적용한다. 

이 로봇들은 엑소스켈레톤과 엔드이펙터(endEffector), 기타로 또 분류가 가능한데 엑소스켈레톤은 로봇다리를 커프 등으로 대상자 관절의 해부학적 축과 일치시켜서 각각의 관절을 직접적으로 조절해주는 로봇이다. 반면, 엔드이펙터는 대상자의 다리의 원위부인 발을 로봇의 발판에 고정시키고 발판의 움직임을 통해 근위부인 무릎, 허벅지, 골반이 간접적으로 조절됨으로써 보행 주기에 맞는 동작을 고강도로 반복할 수 있다.

먼저 에리고 프로의 경우, 경사테이블과 결합된 보행로봇 형태이며 기립이 어려운 환자에게 경사 테이블과 결합해 기립 훈련과 함께 보행훈련을 도와주는 초기 보행치료 로봇이다. 뇌 병변으로 몸통과 목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하는 급성기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고 FAC 2점에 해당하는 환자에게는 로봇 내 기능적전기자극치료(FES)로 근육을 재교육시키거나 기립성 저혈압 또는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보조용으로 적용한다.

2단계에 해당하는 로코맷 V6의 경우, 대표적인 엑소스켈레톤 중 하나로, 로봇 다리를 대상자 관절에 따라 커프로 부착했기 때문에 보행 주기에 따라 관절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쉬우며 로봇 다리에 의해 각 관절을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구형 V5와 달리 V6는 로봇의 앞뒤 움직임 뿐만 아니라 로봇이 골반 거치대를 좌우로 4CM씩 이동해주거나 위에 체중지지대가 좌우로 움직여주면서 골반의 회전 움직임 그리고 좌우 체중지지까지 받쳐줘 올바른 보행 패턴 형성해주는 로봇이다. 또한 로봇이 환자의 체중을 얼마나 들어주는 지에 대해 Body Weight Support(BWS)로 조절할 수 있는데 적게 설정하면 체중이 많이 실려 저항 운동이 되기 때문에 근력운동이 가능하다.

모닝워크는 앤드 이펙터라고 불리는 발판기반형 보행로봇으로, 족저압을 이용해 환자의 움직임을 데이터화하여 근위부 움직임까지 조절해준다. 엑소스켈레톤보다 환자가 발판에 고정된 부분 외 무릎 등 근위부의 움직임에 좀 더 자유도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근위부의 움직임이 자유로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반면, 안정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허리 및 하지의 근력과 지구력이 형성되고 인체 중심선을 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균형 감각이 있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런 환자에 한해 균형 훈련과 보행 훈련을 병행하여 적용될 수 있다.

4단계에 해당하는 안다고는 트래드밀에서 진행되었던 이전 보행훈련과 달리 지상에서 보행 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첫 단계로 적용되는 보행로봇이다.

엔젤렉스도 지상 보행이 가능한 엑소스켈레톤 로봇이며 웨어러블 로봇라는 점에서 타 로봇과 차별화를 이룬다. 엔젤렉스의 원리는 보행을 100%라고 했을 때 10%는 본인 스스로 하면 나머지 90%를 로봇이 패턴을 만들어 완성해주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몸통 균형 조절은 가능하지만 하지에 근력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평지나 경사, 계단 보행훈련으로 적용되며 장비를 최소화하였기 때문에 대상자가 로봇과 지팡이를 착용하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형태다. 병원 뿐만 아니라 자택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개인용 엔젤렉스도 개발 추진중이다.

엔젤렉스를 착용한 환자가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평지에서 보행을 연습하고 있다.
엔젤렉스를 착용한 환자가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평지에서 보행을 연습하고 있다.

엑소워크는 편마비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엑소스켈레톤 로봇으로, 허리 안정성은 있지만 하지 근력이 떨어지는 경우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 보행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보행로봇이 활성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건강보험은 보행이 어려운(FAC 2등급 이하) 뇌졸중 환자와 로봇보조정형운동장치 3등급의 로봇만 수가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 연대의대 김대현 교수는 “보행 로봇이 적용되는 환자는 사실상 약해진 근력으로 보행이 어려운 환자로 국한되어 있지만 보행 패턴이 비대칭한 환자, 보행 단계에서 강직으로 인해 발목이 아예 움직이지 않는 환자, 보폭이 짧은 환자들도 재활로봇을 통해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보행이 어려운 환자로 분류하는 기준을 FAC 2등급이하라는 기능 단계에만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뇌졸중 이외에도 척수손상, 파킨슨병의 환자들에게 보행로봇이 주는 효과에 대한 논문자료도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환자군에 대해서는 수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로봇은 날이 갈수록 최신화 되어 개발되는데 수가 적용은 로봇정형운동장치 3등급에 해당하는 로봇으로 제한되다 보니 엔젤렉스와 같은 실용성 높은 로봇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재활로봇이 기존 물리치료에서 신의료수가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었는데 제한된 적응증과 조건이긴 하지만 로봇을 이용한 ‘보행치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적용은 의미가 있다. 보행로봇이 환자의 심폐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있으니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적용범위가 더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보행로봇 효과 ‘고반복·고강도·자신감 획득'

김 교수에 따르면 “2020년 코클란 리뷰에 근거하면 발병 후 3개월 이내의 뇌졸중 환자이면서 혼자서 걸을 수 없는 환자에게 보행재활로봇을 기존의 물리치료와 병행하여 치료했을 때 환자가 독립보행을 하게 될 확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각각의 보행로봇 종류별 효과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대한 일찍 환자를 초기에 서고 걷도록 재활할 수 있는 면에서 로봇이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스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치료받는 동안 환자가 로봇의 보조에 의해서 환자의 골반과 무릎, 발목이 조화롭게 움직여 이상적인 보행 동작을 계속 반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과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치료 내내 로봇이 환자의 힘을 대신해 보조력 100%를 발휘하여 로봇 다리를 이용해 환자의 동작을 대신 시행해 주는 기능도 있어 일부 환자에서 보행로봇 치료 시 스스로 다리를 움직일 수 있음에도 가만히 로봇을 타고 있는 것처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보다는 일정 부분 환자가 힘을 줘서 동작을 수행하는 것을 로봇이 허용하는 모드가 각 로봇별로 있는데 스스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환자의 경우, 로봇의 보조를 줄이고 스스로 힘을 주는 것을 허용하는 모드를 통해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진웅 물리치료사는 “로봇 마다 다르지만 30%에서 100% 로봇 보조력을 조절해주면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슈마워커, 워크메이트와 같은 안전 장치가 있기 때문에 낙상 위험없이 보행 훈련을 할 수 있고 반복 하다보면 두려움도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겨 로봇 의존 없이도 보행이 가능해진다. 편마비 환자 같은 경우 환측 다리로 본인이 10-20% 처음 체중지지하여 시작하다가 로봇이 이후 동작을 완성해줌으로써 보행하며 반복적인 훈련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세브란스 재활병원에서는 워크 메이트를 이용해 런지 동작을 하는 환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정 치료사는 “안다고를 처음 하셨을 때 보행 초기 단계만 가능하셨던 환자분이셨는데 근력은 조금 있으셨고 걷는 데에는 안정성이 좀 떨어져 처음에 안다고로 계속 걸으며 안정성 위주로 훈련했고 이제는 잘 걸으셔서 활동적이게 운동을 하려고 런지 동작을 통해 균형 훈련을 하고 있다. 이처럼 보행이 어려워 로봇으로 보행훈련을 시작하다가 로봇을 벗어나 독립적인 보행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직 갈길 먼 '인공지능·메타버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보행로봇에 결합되면 환자 스스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해지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효과적인 로봇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사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여전히 필요하다.

김대현 교수는 "효과적인 로봇 보행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와 각각의 보행 로봇 특징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교수는 "효과적인 로봇 보행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와 각각의 보행 로봇 특징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보행로봇에 대해 김 교수는 “실제로 보행로봇에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환자 걸을 때 무릎 각도가 어떠한지, 힘이 얼마나 들어가고 보폭이 얼마나 앞으로 나가는지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모으고 있다. 다만, 환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걷게 하여 교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옆에서 누군가가 조절해야만 훈련이 가능하다. 치료사 또는 제3자가 로봇이 얼만큼 도와주어야 하고 환자는 어느 정도 속도로 걷고 체중 지지를 얼마나 줘야하는 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30분 동안 옆에서 계속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싶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번했을 때보다 조금 더 잘하니 5% 체중 지지 낮추고 속도는 0.1m/s 높여 설정한 뒤 환자가 계속 진행할 수 있을 지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진행하는 것인데 사실상 30분 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이 한 두 번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장은 변동성이 많기 때문에 미래에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환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세밀하게 로봇이 도와주거나 환자가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은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위험할 때 멈추게 하는 등 낙상을 예방할 수 있어 AI가 로봇에 적용되면 환자 스스로 훈련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메타버스에 대해서 김 교수는 “로봇 앞에 화면을 두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보행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보행 로봇이 몇 개 있는데 아바타가 환자 본인이라는 느낌이 있거나 몰입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몰입되면 환자들이 가만히 있거나 다른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환자들이 흥미와 집중을 가질 수 있도록 게임과 보행을 접목하기 쉽지 않다. 다리에 얼마나 힘을 주는 지에 대한 게임을 만들다 하더라도 흥미가 생기거나 동기 유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다만, 가정용 웨어러블 보행 로봇이 자택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면 메타버스와 결합해 환자의 아바타와 치료사의 아바타가 만나 동반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개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대현 교수는 “효과적인 로봇 보행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와 각각의 보행 로봇 특징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에서는 처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중에도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로봇의 움직임 모드와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급성기 환자인 경우, 로봇 다리가 접촉되는 부분에 피부 손상은 없는지, 치료 중에도 환자의 혈압이 안정적인지, 고령자인 경우 척추나 고관절에 발생할 수 있는 골다골증 위험에 대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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